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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디人터뷰] 실과 코바늘로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 편 – 안유정 프로 인터뷰
2025.01.16
스디人터뷰는 삼성SDI 임직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업무를 할 때는 프로페셔널한 전문가의 모습을, 쉴 때는 취미를 즐기는 갓생러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
겨울, 바야흐로 털실의 계절입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취향대로 직접 만드는 뜨개질 역시 요즘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유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 덕분에 날씨가 추워질수록 스웨터, 목도리, 모자 등 털실로 만들어진 소품들은 그 빛을 발합니다. 깊어가는 겨울, 실과 코바늘로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안유정 프로를 소개합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뜨개질로 만든 것들을 주위에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는 안유정입니다. 배터리 개발 기종의 양산성을 점검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흥 사업장에서의 안유정 프로]
뜨개질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나를 지켜준 취미_해외 출장지에서 시작했던 뜨개질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2021년에 헝가리로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헝가리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실외 활동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었죠. 대부분의 상점들이 폐쇄되었고, 야간에도 통행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생필품을 사기 위해 들른 상점에서 뜨개질 용품을 발견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료하던 차였는데, 그 때 발견했던 실과 코바늘은 제게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십자수 공방을 하셔서 실과 꽤나 친한 편이었고, 대학교에 다닐 때 뜨개질을 해봤던 경험도 있었거든요.
저는 당시 주로 영상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뜨개질 기술을 익혔습니다.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에 관련 영상들이 아주 많아서, 헝가리에서도 어렵지 않게 혼자 뜨개질을 연습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다양한 선생님들을 통해 기초적인 기술들을 익히고 직접 따라해 보며 저만의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코바늘 뜨개질이 한국에 돌아온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헝가리 출장 당시 안유정 프로의 모습]
코바늘 뜨개질의 매력을 소개해 주세요!
#언제나 어디에서나_작고 귀여운 소품을 만들고 싶다면 코바늘이 제격입니다.
뜨개질은 크게 손뜨기와 기계뜨기로 나뉘고, 손뜨기 방법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이 바로 코바늘뜨기와 대바늘뜨기입니다. 대바늘은 길쭉한 형태의 바늘 한 쌍을, 코바늘은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된 하나의 바늘을 사용해요.
제가 생각하는 코바늘 뜨개질의 가장 큰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면서 뜨개질을 해도 실과 바늘이 쉽게 분리되지 않거든요. 작은 소품을 만들기에도 코바늘이 가장 좋습니다. 바늘의 크기도 다양하고, 뜨개질을 할 때 바늘을 밑에서 잡기 때문에 대바늘보다 더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형, 무선 이어폰 케이스, 키링 등을 주로 만들어서 코바늘에 더 애착에 가는 것 같아요.
또, 코바늘은 실을 풀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쉽습니다. 실수를 했거나 코가 엇나간 부분을 잡고 당겨주기만 하면 촤르륵 풀리는데, 이게 생각보다 기분이 되게 좋아요. 실수해도 괜찮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만들고 싶은 것이 떠오르면 바로 실과 코바늘을 잡는 거죠.
하나의 취미에 꾸준히 몰입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시간을 살리는 법_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성취감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일상 속에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뜨개질을 하면,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느낌이 듭니다. 뜨개질을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느는 것도 보이고요. 그런 뿌듯함 덕분에 지금까지 꾸준히 뜨개질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천안사업장에서 근무를 하고, 기흥사업장에도 종종 출근을 하는 터라 셔틀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좀 긴 편입니다. 그런데 이 때 뜨개질을 하면, 버리는 시간을 살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만든 것들을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했을 때 기분이 참 좋기도 하고요.
또 뜨개질이라는 행위 자체가 작품 하나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집중해야 하잖아요. 덕분에 산만한 성격이었던 제가 회사 생활에서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힘을 키운 것 같습니다. 잡생각이 없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뜨개질을 하면서 계속해서 코 수를 세어줘야 하거든요. 그렇게 한 코 한 코 엮어 나가다 보면, 평소에 머리를 채우던 쓸데 없는 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안유정 프로가 직접 만든 뜨개질 작품 일부]
코바늘 뜨개질에 입문하고 싶어하는 분들께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나만의 굿즈를 만드는 취미_부담 없이 일단 시작해 보세요!
부담없이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렴한 초심자용 키트나 주변에 굴러다니는 자투리 실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해요. 특히 초반에는 연습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이걸 굳이 비싼 실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뜨개질이 손에 익은 후에도 중고거래 플랫폼을 열심히 들여다 보면, 양질의 실도 합리적인 가격에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비 중심의 취미 생활을 합니다. 영화를 보고, 책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요. 하지만 뜨개질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행위라는 점에서 큰 차별점이 있습니다.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나만의 굿즈가 생기는 거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담아 선물하기에도 정말 좋은 취미입니다. 더 생산적이고 감성적인 저를 위해, 저 역시 뜨개질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그녀의 손끝에서 만들어질 다음 작품은 무엇일까요? 안유정 프로는 오늘도 어김없이 실과 코바늘을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