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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101] 리튬이온의 베스트 드라이버인 전해질
2024.07.19
명사 뒤에 붙는 숫자 ‘101[wʌ́nouwʌ́n]’은 기초 과정, 입문, 기본이라는 뜻입니다. '배터리101'은 배터리가 궁금한 모든 이들을 위한 입문서로, 배터리의 역사부터 기초 원리, 구동 원리 등 기술적인 부분과 IT, 전기자동차, ESS 등 산업적인 부분, 그리고 차세대 기술과 삼성SDI가 열어갈 미래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배터리가 만들어갈 더 나은 세상은 우리의 상상보다 무한할 것이기에, ‘배터리101’을 통해 그 세상 속에서 삼성SDI의 역할을 되새기면 좋겠습니다. |
리튬이온의 빠르고 안전한 이동을 보장한다
전해질은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물질입니다. 양극과 음극의 표면을 안정시켜 배터리의 수명과 특성을 개선하는 역할도 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전해질의 역할]
현재 대부분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액체 상태의 전해질(전해액)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리튬염이 유기용매에 녹아 있는 형태입니다. 충전 시 이온화된 리튬이온은 전해질을 통해 음극으로 이동하여 음극재(흑연)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 이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해질 속 리튬이온은 양극활물질에서 나온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사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리를 설명하는 대부분의 그림에는 하나의 오류가 있습니다. 바로 리튬이온이 전해질 속을 헤엄쳐 이동하는 것처럼 묘사한 부분입니다. 좀 더 명확히 표현하자면, 양극활물질에서 빠져나온 리튬이온이 음극(흑연)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수영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전달에 가깝습니다.
이제 충전 과정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리튬금속산화물(양극)에서 빠져나온 리튬이온이 전해질로 들어갑니다. 전해질에는 이미 리튬염에서 녹아 나온 리튬이온이 무수히 많습니다. 리튬금속산화물에서 빠져나온 리튬이온은 전해질에 녹아 있는 리튬이온을 옆으로 슬쩍 밉니다. 밀린 리튬이온은 다시 옆의 리튬이온을 밀고, 이렇게 한 자리씩 밀리고 밀린 끝에 음극 활물질 바로 앞에 있던 리튬이온이 흑연층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방전 시에는 충전과 반대가 됩니다. 흑연층에 있던 리튬이온이 전해질로 나오면 전해질에 녹아 있는 리튬이온이 밀려 리튬금속산화물 안으로 복귀합니다.
한편, 전해질의 주요 성분인 유기용매는 가연성이 있어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 업계 내에서는 고체 전해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서는 이후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리튬염과 첨가제, 유기용매에 녹아들다
전해질은 리튬염(Lithium Salt), 유기용매(organic solvent), 첨가제(additive)로 구성됩니다. 커피(리튬염)를 녹인 물(유기용매)에 설탕(첨가제)을 넣은 상태를 생각하면 됩니다. 커피, 물, 설탕의 역할이 다르듯 리튬염, 유기용매, 첨가제 또한 고유의 역할과 기능이 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전해질의 성분 구성과 역할]
리튬이온의 이동 방식을 고려했을 때, 전해질은 많은 리튬이온을 갖고 있을수록 유리합니다. 마찬가지로 리튬염을 선별할 때도 리튬이온으로 해리(dissociation)가 잘 되는 소재가 유리합니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리튬염은 LiPF6(리튬, 인산, 불소로 구성)로 이온의 이동, 용해도, 화학적 안정성 등에서 다른 염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기용매는 리튬염을 녹이는 액체입니다. 리튬은 물과 만나면 반응이 크게 나타나는 금속이기 때문에 물이 아닌 유기용매를 사용합니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유기용매는 휘발성과 세정력이 높고 특이한 냄새가 납니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드라이클리닝 용액, 매니큐어를 지우는 아세톤, 향수 용재인 에탄올 등이 모두 유기용매입니다.
전해질의 유기용매는 리튬염을 녹여 리튬이온이 잘 이동하도록 도와주는데,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특성이 맞춰져야 합니다. 우선 이온 화합물을 잘 분리할 수 있도록 용해도가 커야 합니다. 그리고 리튬이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점도가 낮아야 합니다. 유기용매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높은 이온전도도(이온 전달 효율)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용매들을 혼합해 사용합니다. 마지막으로, 낮은 화학 반응성을 보여야 합니다. 유기용매가 양극과 음극에 반응하면 배터리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첨가제는 양극이나 음극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하고, 리튬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배터리의 성능이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충방〮전 과정에서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첨가제를 소량 사용하여 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첨가제는 양극용과 음극용으로 나뉩니다. 양극용 첨가제는 양극의 구조를 안정화하거나 표면을 보호해 열화를 억제하면서 발열을 개선하고 과충전을 방지합니다. 음극용 첨가제는 첫 충전 시 유기용매보다 먼저 분해되어 음극에 튼튼한 막을 형성하고 수명을 향상합니다. 또한 발열을 줄이거나 용량을 유지하며 내부에서의 가스 발생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양극용과 음극용 첨가제는 모두 유기용매에 잘 녹고 화학적으로 높은 안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배터리의 고전압화 추세에 따라, 최근에는 고전압 사용 시에 양극과 음극을 모두 보호하는 첨가제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배터리 생산 중에 들어간 이물을 제어하면서 불량을 잡아주는 첨가제도 있습니다. 이처럼, 첨가제는 전해질에서 절대적인 함량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수명 개선, 고온 특성 개선, 저항 감소 등 전해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